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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범석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한 배우 조우진이 애초에 국정원 요원 역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민, 하정우 다음으로 주요 배역인 최창호 역 대신 변기태를 원해 윤종빈 감독의 빅픽처를 어지럽게 만든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수리남’의 한 제작진은 9월 21일 “극 중 세 번째로 크레딧에 등장하는 배역이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 최창호였고, 적역이겠다 싶은 조우진에게 가장 먼저 책이 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조우진이 예상을 깨고 ‘최창호 대신 변기태 배역을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라는 피드백을 보내와 제작진을 멘붕에 빠뜨렸다. 특히 감독은 “아니 왜?”라며 깜놀했다는 전언이다. 탕수육 쏘겠다고 했는데 짜장면 먹겠다고 한 것이다.
대한민국 여권을 더럽힌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체포 작전의 설계자로 누구나 탐내던 최창호 배역을 거절한 구체적인 속내는 감독 미팅 때 밝혀졌다. 당시 조우진은 “국정원 요원 역도 너무 멋있고 감사하지만, 대본을 읽는 내내 변기태란 들짐승 같은 인물에 더 끌렸고 무한 매력을 느꼈다. 아직 공석이고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최대한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고 한다.
결국 “강 프로, 식사는 잡쉈어?”라는 대사의 주인공 최창호 역은 박해수 차지가 됐고, 조우진은 변기태로 또 하나의 ‘인생캐’를 만들어냈다. 그는 캐스팅과 동시에 중국어 공부뿐 아니라 날렵하면서 다부진 체구를 만든 뒤 촬영 기간 내내 문신, 수염 특수분장을 위해 콜타임 보다 3시간 먼저 출근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수리남’ 글로벌 흥행의 일등 공신인 조우진은 보스 전요환을 보필하는 전도사로 나와 맹목적인 충성과 광기, 목사에게 버림받게 될까 봐 불안해하는 미세한 떨림까지 완벽에 가깝게 연기해 찬사를 받고 있다. 전요환 앞에서 열중쉬어하고 있는 모습까지 ‘갓우진’으로 불릴 정도다. 다소 지루한 서사가 4회부터 변곡점을 맞는데 이때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는 인물도 바로 변기태였다.
시청자들은 ‘수리남’의 위너는 조우진이라며 변기태 버전의 스핀오프 시리즈를 만들어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극 중 조우진의 활약상을 경쾌한 음악과 함께 편집한 클립 영상이 수없이 공유되고 변기태 시점으로 재구성한 리뷰 유튜브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 수 100만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영화 ‘내부자들’(2015년) 조 상무로 16년의 긴 무명 생활을 졸업한 조우진은 인지도를 얻은 뒤 7년간 30편의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다. 웬만한 배우라면 이 과정에서 밑천과 바닥이 드러났을 텐데 여전히 작품마다 놀라운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와 비축해둔 연기 내공, 여기에 진심을 담아 카메라 앞에 서려는 초심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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